똥 맛 카레 vs 카레 맛 똥, 모르는게 약이지.
이 밸런스 게임의 선택지를 들었을 때,
처음엔 똥 맛 카레를 고르는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카레는 카레고, 똥은 똥이니까.
똥은 몸에 안좋으니까.
똥맛을 참아내면서라도 나는 똥맛 카레를 먹었겠지.
근데 요즘은 좀 생각이 다르다.
똥인 것만 모른다면 카레 맛 똥을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탈이 나지 않는 전제하에)
예전에 윤리학 시간에 교수님께서
'연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걸 모른 채로 행복한걸 택하겠느냐, 아니면 알게되는 걸 택하겠느냐'고 물으셨다.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행복하더라도 그건 거짓이니까.
아무리 괴로워도 진실 안에 있는게 나으니까.
그런데 몇 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된 요즘은 '모르는 게 약'인 것 같다는 나약한 생각이 든다.
연인이 바람을 피우더라도 내가 모르면 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거짓말처럼 내가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
고통을 겪어내는 게 너무 힘드니까.
그냥 모르고 싶다.
진실인지 아닌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을 정도로 많이 지쳐있다.
그래서 카레 맛 똥이 똥이라는 것만 모른다면, 차라리 똥 맛 카레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신념을 유지하기에 나는 너무 연약해져있기 때문이라는 얄팍한 변명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오늘의 성찰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내가 지금 이해하지 못할 누군가를 언젠간 이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 그들이 살아온 삶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