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마음의 약
아버지- 김용욱
자유로운 현재
2019. 8. 23. 19:32
아버지
김용욱(당시 신흥고 2학년)
우리집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어오는
머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자기를 무척 닮은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펴주고는
지친 몸을 방 바닥에 부립니다
아침,
그는 덜 깬 눈을 부비며
우리 형제를 학교라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허름한 지갑 속에서
몇 장 안 되는 구겨진 종이돈을 살점처럼 떼어 줍니다
그리고 그는
일자리로 가서
개미처럼 밥알을 모으며 땀을 흘립니다
그러기를 20 여년...
지칠 때도 되었는데
이제는 힘 부칠 때도 되었는데
오늘도
그는 작은 체구에 축처진 어깰 툭툭 털고는
우리에게 주름진 웃음을 보이지만
머슴 생활 너무 힘겹고 서러울 때
우리에게 이따금씩 들키는 눈물 방울
그속에 파들 파들 별 처럼 떨고 있는
남은 가족의 눈물 방울들
그 머슴을
우리는 아버지라 부릅니다
아버지 !!!
[출처] 아버지~신흥고 김용욱|작성자 Galuk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