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임용고시생.
너무 지쳐버려서 더는 힘이 없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고 불쌍한 나를 위해서 감사일기를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됐다.
오늘부터 열심히 해보자. 하루에 적어도 세가지는 쓰는거야.
1. 부르면 나와주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
2. 쉽게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성격에 감사.
3. 예민하지만 통찰력 있는 성격에 감사.
4.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음에, 나의 공부를 지원해주어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
5. 시원한 선풍기에 머리를 말리며 시원한 방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
6. 재미나게 말하고 표현하고 글을 쓸 수 있는 나의 능력에 감사.
7. 온갖 역경에도 아직 제정신을 붙잡고 있는 나의 약하지만 질긴 멘탈에 감사.
8. 입을 옷이 많음에 감사.
9. 티오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빵명은 아님에 감사.
10. 내일 또 만나서 함께 공부할 친구가 있음에 감사
11. 남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내게는 언제나 귀여운 얼굴에 감사.
12.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키보드에 감사
13. 편안한 침대와 이불, 베개가 있음에 감사
14. 비교적 손이 많이 나아짐에 감사.
15. 먹고 있는 약의 부작용이 크지 않음에 감사.
16. 나의 지혜로운 문제해결능력에 감사.
17. 나의 음악적 재능, 언어적 능력, 심리학적 능력, 통찰력, 목소리, 톤, 발음에 감사
18. 나의 큰 키에 대해 감사
19. 나의 호리호리한 체형에 대해 감사
20. 다리가 있음에 감사.
21.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냄에 감사.
22.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공부할 곳이 있음에 감사.
23. 나를 지지해주고 공부로 스트레스 주지 않는, 크게 표현하지 않는 부모님에 대해 감사.
24. 임용이 설사 안된다고 해도, 재능이 많으니까 감사.. 막연해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감사.
25.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