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이 큰 꿈을 꾸던 내가,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도 겨우 이 모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내가 겪는 현실이 작고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무기력하게 있던 찰나,
갑자기 메일이 하나 왔다.
'먼 훗날의 현재에게'
내가 중학생때 쓴 편지인가 싶어서 얼른 열어보았다.
내 첫사랑이었다. 이름이 저장되어있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14년 전에 , 그러니까 내가 중학생인 시절에 그에게 보낸 메일에 대한 답을 한다는 것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설렘보다 더 큰 감정이었다.
그 메일로 인해, 꿈꾸던 나의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다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겨우 내가 되려고 이렇게 아팠던걸까?'
하면서도, 그때의 나를 기억하고 연락해줄 만큼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에게는 내가 좀 거머리같았을지도 모른다.
거의 중학생, 고등학생 때까지 거의 6년을 짝사랑했었던 것 같다.
왜 그가 좋았던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빛이 났다.
극기훈련을 갔었는데, 둘째날 밤이 되면 장기자랑같은 걸 했다.
어떤 통통한 남자애가 나와서 막춤을 추었다.
저질댄스 비슷한 막춤.
옆에 있던 애들이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더럽다. 돼지새끼. 저게 뭐냐.'
그때 겨우14살이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니들은 저기 나갈 용기라도 있어?'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도 그런 적절하고 멋있는 발언을 하진 못할 것 같다.
그 추억속에 살아있던 그에게서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다.
어째 나이 들어서 만난 사람들보다,
중학교때 내가 좋아했던 그 안목이 더 탁월했던 것 같다.
뭐 물론 내가 아는 부분은 아주 단편적인 부분일 수 있겠지만..
추억은 아름답다.
그리고 추억속에 있는 노력하는 나를 기억하고
그 나를 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
힘내 현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