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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됐을까'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지.

[쿠팡 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한 장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스물아홉 임용고시생인 내가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는 생각이다. 독학 편입으로 명문대에 입학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니 졸업했을 때까지도 괜찮은 인생 이었던 것 같은데.. 스물일곱 하반기부터, 스물여덟, 아홉이 날아가고 있다. 임용을 선택한 게 문제였을까? 왜 도전하지 않고 멍하니 게을리 살았을까? 왜 남이 주는 사랑에만 목말라하면서 살았을까? 왜 도전하지 않았을까? 시험 한 달 전 그 병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앞으로도 계속 통증이 지속되면 어쩌지? 나는 왜 여전히 아버지의 지원을 받고 있을까? 이런 불필요한 생각들과 과거에 대한 집착이 목을 조른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생각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어찌 됐든 현재의 상황을 받..

아버지- 김용욱

아버지 김용욱(당시 신흥고 2학년) 우리집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어오는 머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자기를 무척 닮은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펴주고는 지친 몸을 방 바닥에 부립니다 아침, 그는 덜 깬 눈을 부비며 우리 형제를 학교라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허름한 지갑 속에서 몇 장 안 되는 구겨진 종이돈을 살점처럼 떼어 줍니다 그리고 그는 일자리로 가서 개미처럼 밥알을 모으며 땀을 흘립니다 그러기를 20 여년... 지칠 때도 되었는데 이제는 힘 부칠 때도 되었는데 오늘도 그는 작은 체구에 축처진 어깰 툭툭 털고는 우리에게 주름진 웃음을 보이지만 머슴 생활 너무 힘겹고 서러울 때 우리에게 이따금씩 들키는 눈물 방울 그속에 파들 파들 별 처럼 떨고 있는 남은 가족의 눈물 방울들 그 머슴을 우리는 아버지라 부릅니다 ..